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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모저모/독서 - 맘에 와닿은 문장 메모

쇼펜하우어 명언에 앞서 쇼펜하우어 이해하기. 소주 한 잔 나누는 듯한 기분.

by yooyoung0088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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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서점을 둘러보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저자가 있다. 바로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이다. 생각해 보면 쇼펜하우어가 지금과 같이 대중적으로 관심을 얻기 전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니체, 칸트, 루소 등의 철학자가 더 자주 목격되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쇼펜하우어를 타이틀로 한 책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어떤 철학자이며, 그의 이야기에는 어떤 울림이 있길래 이렇게 인기일까?

 

쇼펜하우어1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오해 없이 이해하기 위해선 쇼펜하우어의 생애와 그의 생각이 현시대의 우리에게는 어떻게 접목이 되는지를 먼저 이해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이라는 책을 읽기 전 먼저 이해하면 좋은 배경, 나의 해석을 우선 정리하고자 하며, 다음 2편을 통해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문구들을 정리해 보겠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은 어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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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편역 : 김옥
  • 출판사 : 포레스트북스

▶ 책 정보 보러가기

 

책의 제목이 있는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기에 책 제목이 말하는 그대로 쇼펜하우어의 생각, 체험을 1~3페이지의 짧은 글의 모음으로 편집했다고 보면 된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의 감상 

쇼펜하우어의 인생사를 찾아보고 책도 읽어본 감상을 결론적으로 먼저 요약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쇼펜하우어는 츤데레같은 사람이며, 흔히 '대문자 T' 유형의, 우리 주위에 꼭 한 명씩은 있을 것 같은 소탈하고, 냉소적이고, 솔직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뚜렷이 확립된 본인의 가치관과 본인의 세계가 있고, 통찰이 있다.

 

철학자, 교수 등의 타이틀이 있긴 하지만 흔히 '지식인'이라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 또는 현자, 속세에 해탈한 그런 인물이라기보단 우리네와 전혀 다를 것 없이 삶의 크고 작은 고통을 느끼고, 주위 평판에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지만 신경이 쓰이고, 소심한 본인이 싫지만 어쩔 수 없고... 쇼펜하우어는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계속 웃음이 난다. 느낌을 묘사하자면 박명수와 같달까...? 그래서 쇼펜하우어라는 인물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쇼펜하우어 이해하기

1. 츤데레, 소주 한 잔의 이야기 같다고 표현한 이유

쇼펜하우어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흔히 '염세주의자'로 묘사된 것을 볼 수 있다. 염세주의란, 세계는 원래 불합리하여 비애로 가득 찬 곳이며 행복이나 희열 같은 감정도 덧없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세계관이며, 다른 말로는 비관주의, 페시미즘이라고도 한다.

 

이런 묘사를 단적으로 보면 쇼펜하우어가 세상을 회색으로 보고 있고 불만이 가득한 것 같지만, 사실 그의 인생과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오히려 그는 최선을 다하는 삶, 공동체의 가치,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존재와 가치를 굳건히 밀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등을 여러 번 말한다.

 

실제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쇼펜하우어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열 권이 넘는 책을 발표했고, 60년 가까이 거의 매일 일기를 썼고, 1만 페이지가 넘는 각종 메모를 남겼을 만큼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최대한 빨리 죽는 게 차선이라고 말하는 것 치고는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간 사람이었다 ㅋㅋㅋ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적 주장의 밑면을 살펴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이야기이다.

 

'원래 그런 거야. 누구에게나 삶은 고통스럽고 삶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릴 필요도 없고,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 라고 불평할 이유도 없어. 너도 힘들지만 쟤도 힘들고 모두가 다 그래.

이 세상은 고통을 주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미 태어난 이상 어쩔 거야? 죽을 거야?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는 살아야지. 뭐, 끝에는 결국 죽음이긴 한데, 그래도 죽기 전까진 나로서 나의 가치를 찾고 열심히 살아야지.

신? 그런 거 없어. 희망? 의미 없어.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어. 그냥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나로서 존재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보는 거야.'

 

 

희망도 덧없다고 하지만,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툭 던져진 것 같은 그의 이런 무심하고 염세주의적인 이야기에서 우린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엿보게 되고, 위로와 희망을 얻는 것이다.

 

 

2. 쇼펜하우어의 인생

쇼펜하우어는 1788년에 독일의 다르멘슈타트(Danzig, 현 포트난부르크,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 가문 출신으로 아버지의 성공적인 사업 덕분에 어린 시절에 유럽을 여행하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접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철학적 관심과 열정에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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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아버지를 대단히 존경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버지는 쇼펜하우어가 사업을 물려받기를 원했으나 쇼펜하우어는 철학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결국 2년 정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업을 배워보게 되었는데 그 배경엔 돈이 있었다. 결국은 돈이 있어야 하기에... (← 이런 부분도 매우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

 

17살에는 존경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투신자살로 돌아가시게 되어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고, 2년 정도 철학을 떠나있었기에 다시 철학, 학문의 세계에 돌아가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으로 쇼펜하우어는 길을 못 찾고 좌절하게 된다. 시골에 있는 어머니에게 이런 고민을 편지로 남겼는데, 어머니의 지인분이 보낸 회신에 '늦지 않았다'라고 쓰인 한 문장에 쇼펜하우어는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받아 다시 철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이 부분도 참 인간적인 부분..! 꿈에 대해 좌절한 상황에 타인으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받고 다시 일어선 사람이라는 게)

 

결국 그는 서른한 살에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유명한 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베를린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게 되기도 했다. (근데 동료 교수였던 헤겔이 학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에 반해 본인 강의에는 5명만 출석하는 것을 보고 충격과 자괴감을 맛보았다고.. ㅋㅋㅋ)

 

또한 그의 철학은 당시 독일의 주류적인 학파와는 거리가 있어 배척당하기도 하고 교수로서의 경력을 쌓기 어려웠다고 한다. 교수 경력이 어려움을 겪던 중, 쇼펜하우어는 글쓰기와 철학 연구에 전념했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의욕에 관한 철학"은 1818년에 출간되었다.

 

마지막으로, 쇼펜하우어는 1860년 9월 21일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철학은 마치 화가 고흐처럼 그의 생전에는 큰 인지를 얻지 못했지만, 그의 사후 평가는 매우 높아졌고 특히 19세기 말 이후 니체, 릴리언더 굿 등에 의해 그의 영향력이 크게 부각되게 되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 열풍의 이유

결과적으로 쇼펜하우어가 왜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되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족함 없는 일상을 보내기에도 빠듯함이 느껴질 지경이라 요래 저래 삶에 답답함,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뭐랄까...? 쇼펜하우어의 이야기가 개비스콘과 같이 묵힌 체증을 확 내리는 시원함을 주는 것이다.

 

개비스콘
쇼펜하우어의 뼈 때리는 말이 오히려 개비스콘으로 다가온다.

 

 

요즘 같은 세상에 마냥 희망을 좇기도, 마냥 낙천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적절치 않다는 것을 우리 다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대해야 할지 답답했던 사람들에게 쇼펜하우어 그 자신도 인간으로의 여러 감정(질투, 소심함, 평판에 대한 신경쓰임 등)의 고통을 겪었기에 그의 뼈 때리는 이야기, 그런 세상 속에서도 의지를 찾는 그의 이야기가 더 와닿게 되는 게 아닐까?

 


 

오늘은 이렇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을 읽기 전 이해하면 좋을 배경에 대해 먼저 정리해 보았으며, 다음 포스트를 통해 책 본문 중 내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감명 깊게 읽은 구절들을 정리해 보겠다.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책 정보 보러가기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르투어 쇼펜하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 20주 연속 철학 1위! 10만 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조선, 동아, 한겨레, 서울, 한국에 소개된 책!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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