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메모 2편. 책 목차에서는 '제1권'으로, 마르쿠스에게 영향을 준 주변 인물들의 장점과 그가 배우고자 했던 자세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그의 할아버지, 양아버지, 가정교사들, 관계를 맺고 있던 철학자들인데, 제1권을 읽어보니 아래와 같은 감상이 남더라.
- 주변에 훌륭한 사람들이 매우 많았고, 그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본인이 배울 수 있는 것들로 쭉쭉 흡수하는 사람이었구나.
-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었겠구나
- 이런 것까지 파악한다고..? 라고 할 정도로 개개인에게서 작은 장점이라도 찾을 수 있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구나.
- 또한 본인 자신도 매우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 그의 주변인들로부터 관찰하고 배우는 것이 많았던 만큼 그가 발견한 타인의 장점을 당사자에게도 분명 언급하고 인정해 주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을 것이고 제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명상록>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소개 글을 참고해 주세요.
2024.01.23 - [일상의 이모저모/독서 - 맘에 와닿은 문장 메모] - 로마 황제의 철학이 궁금할 때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1)
마르쿠스에게 영감을 준 많은 인물과 그들의 여러 삶의 자세가 1권에 정리되어 있고 한 줄 한 줄 대부분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읽어도 인상 깊은 점이 많은데, 그중 일부를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어머니로부터 : 잘못된 일을 실제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일을 생각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삶을 보았다.
- 루스티쿠스(마르쿠스에게 20대 중반부터 지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고 함)로부터는
- 정장을 하고 집안을 산책하는 것과 같은 허황된 행동들을 하지 않는 것
- 어떤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내거나 잘못한 경우에도 금방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 그들이 조금이라도 돌이키고자 하는 기색을 보이기만 해도 그들과 기꺼이 화해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
- 아폴로니오스(마르쿠스를 가르친 강사 중 한 명)로부터는
- 한 사람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늘 느긋하고 여유가 있으며 온유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생생한 모범을 통해 분명하게 알게 되었고,
- 비굴하게 보이지도 않고 무성의하게 보이지도 않게 친구들이 베푸는 호의를 받아들이는 법도 알게 되었다.
- 섹스토스(철학자)로부터는
- 가장이 잘 다스려 나가는 가정의 모범적인 모습, 가식이 없는 위엄과 장중함, 알지 못하고 말하는 자들과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는 자들에 대한 인내와 관용을 알게 되었다.
- 그는 그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어서, 그와의 대화는 그 어떤 칭찬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이었고, 단지 그와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이 기뻤기 때문에, 그를 만나서 얘기를 해 본 모든 사람으로부터 아주 깊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 티를 내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가운데 다른 사람들을 칭찬하였다.
- 알렉산드로스(플라톤학파의 철학자)로부터는 누구에게 말하거나 편지를 쓸 때 "내가 너무 바쁘다"라는 말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생겨나는 의무들을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 나의 형제인 세베루스로부터는
- 하나의 법률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 평등과 언론의 자유를 토대로 한 정부, 신민의 자유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하는 왕정에 대한 사상을 갖게 되었다.
- 친구들에게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를 분명하게 알게 해서 쓸데없는 추측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을 보았다.
- 막시무스(스토아 철학자이자 원로원 의원)
- 그는 자기 입으로 말한 것들은 자기 마음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고, 자기가 행한 것들은 나쁜 의도가 전혀 없이 행한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모든 사람에게 주었다.
- 그는 바른길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바른길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 내 양아버지(안토니누스 피우스이자 선황제)에게서는
- 온유함,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서 한 번 내린 판단은 흔들림 없이 고수하는 것
- 멀리 내다보고 아무리 작은 일도 미리 계획을 세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지는 않았다.
- 그는 자신의 지세 동안에 대중의 환호와 온갖 아부에 재갈을 물렸고, 국정을 돌보는 일에 밤낮으로 노심초사했으며, 나라의 재정을 아끼고 지혜롭게 관리했으며, 거기에 따른 불만을 기꺼이 감수했다.
- 무엇보다도 그는 수사학이나 법률이나 윤리 같은 분야들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을 시기하지 않고 기꺼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런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것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
- 그가 비밀로 한 일들은 많지 않고 극히 적었고, 아주 가끔씩 오직 국사에 대한 것만 비밀에 부쳤다.
- 시도 때도 없이 목욕하지 않았고, 멋있는 건물을 짓는 것에 애착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음식이나 의복의 옷감이나 색상이나 노예들의 미색에 관심이 없었다.
- 그에게는 냉혹하거나 무자비하거나 고압적인 면이 전혀 없었다. 그는 속된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진땀 나게 만드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일을 안 할 수 있는 절제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막시무스가 병들었을 때 보여준 것과같이 완전한 불굴의 정신을 소유한 사람의 특징이다.
1권의 마지막엔 마르쿠스가 위의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과 더불어 이 세상에 받은 것들, 신의 은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서술되어 있는데 이 역시도 그가 얼마나 겸손하며 훌륭한 인품의 인물인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몇 가지를 뽑아보자면,
- 신들에게서 나의 좋은 조상들, 좋은 부모, 좋은 누이, 좋은 스승들, 좋은 권속과 친지와 친구들을 예외 없이 거의 모두 얻었다. 나는 사람들을 상처받게 할 수 있는 기질을 타고나서, 여건이 조성되기만 했다면, 그들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든 깊은 상처를 받게 했을 것인데도,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나의 그런 기질이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게 한 신들의 은총 덕분이었다.
- 내가 한 나라를 다스리는 지위에 있는 양아버지를 만난 것도 신들의 은총이었다. (중략) 평민과 거의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한 나라의 군주로서 전혀 위엄의 손상 없이 국사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 내가 내내 이런 삶을 살아왔는데도 내 몸이 지금까지 잘 버텨준 것, 루스티쿠스에게 종종 화가 났지만 나중에 후회할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그 밖의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을 때마다 내게 그럴 만한 힘이 없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내 자신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곤경에 한 번도 처한 적이 없었던 것, 아주 순종적이고 사랑이 많으며 사심 없는 아내를 만난 것, 나의 자녀들을 위해 훌륭한 스승들을 구해 줄 수 있었던 것도 신들의 은총이었다.
읽어보면 '본인이 잘나서'라고 자칫 거만해지거나 본인을 특별하게 여길 수 있을 만한 항목들이지만 마르쿠스는 모든 것을 운이 좋았고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감사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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