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가 섭취하는 다양한 탄수화물에는 주식인 밥과 빵, 면류에 많은 전분, 채소와 과일에 많은 식이섬유, 설탕의 서당, 우유 등에 많은 유당 등 여러 종류의 탄수화물이 있으며 이러한 기본적인 분류에 대해 지난 포스트에서 다뤄보았다. 이어서 오늘은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소화되는지에 관해 공부해 보려고 한다.
구강에서의 소화
음식을 섭취하는 기관이자 소화 기능이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구강에서는 음식의 향과 맛을 보게 될 시 타액 분비가 촉진되고, 치아의 저작 작용으로 음식물을 잘게 부숴 타액과 잘 혼합된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침'으로 부르는 타액에는 아밀레이즈(amylase)라는 전분 분해효소가 있어서 전분의 결합을 절단하고 맥아당, 덱스트린으로 분해할 수 있다. 음식을 씹는 저작 시간이 길어지면 입 안에서도 충분히 전분이 맥아당으로까지 분해될 수 있으나 보통은 입안에서의 저작 시간은 짧고 곧 삼켜지므로 이러한 효소의 작용은 크지 않다. 통계적으로 전분의 5% 정도가 구강에서 분해된다고 한다.
꼭꼭 오래 씹는 습관의 효과
여기서 잠깐 다른 주제이지만, 오래 씹는 것에 관해 이야기 하고 넘어가 보자. 흔히들 음식을 꼭꼭 오래 씹는 습관을 좋은 식습관 중 하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데, 어떤 과학적 이유로 음식을 오래 씹는 것이 몸에 도움이 된다는 걸까?
- 소화 프로세스의 시작: 입안에서 음식을 오래 씹는 것은 소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중요한 단계 중 하나로, 침의 분비와 함께 씹는 동작은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위로 전달하고, 소화 효소가 음식물을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영양소의 흡수 향상: 오래 씹을 때, 음식물이 미리 분해되어 소장에서 영양소가 흡수되기 쉬워진다. 특히 탄수화물이 침과 함께 섞여 소장으로 이동할 때, 포도당과 같은 당분이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 수준을 안정시킬 수 있다.
- 포만감 유도: 많이들 아는 것과 같이, 오래 씹는 것은 식사 중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어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게 해준다. 이는 식사량을 조절하고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소화계와 관련된 건강 이점: 적절한 씹는 행동은 소화계의 건강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이는 위산이나 소장 운동 등 소화 시스템의 원활한 동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 치아와 구강 건강: 오래 씹는 것은 치아의 작용을 활성화하고 치아에 압력을 가해 치아의 강도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침의 분비로 구강 내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 뇌와의 연결: 씹는 동작은 뇌와의 신경 연결을 통해 식사에 대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식사량을 조절하고 지나친 식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오래 씹는 습관은 소화 과정을 개선하고 식사의 효율성을 높이며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음식을 조금 씹고 빨리 삼켜버리는 것이 아닌 충분히 씹어 삼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식습관이라고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위에서의 소화
우리가 삼킨 음식물은 식도를 따라 이동한 후 위로 들어온다. 위 근육의 수축 작용과 위의 산은 음식물을 반액체 상태인 유미즙으로 만들어 소장에서의 효소 작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만든다. 위에는 당질 분해효소가 없는데 음식물이 위액과 완전히 섞이는 데에는 약 15~20분이 걸리므로 이 시간 동안 입에서 음식물에 섞인 아밀레이즈가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위산의 강한 산성으로 인해서 아밀레이즈는 pH 4 부근에서 활성을 잃는다. (아밀레이즈의 최적 pH는 6.6)
위에서의 소화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는 위액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위액은 위의 주석 세포에서 분비되는 소화 체액으로 여러 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래는 위액의 주요 구성 성분과 기능에 대한 추가 설명이다.
- 염화수소 (Hydrochloric Acid, HCl): 위액의 주성분 중 하나로, 강력한 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염화수소는 위의 산성 환경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며, 음식물을 분해하고 소화 효소의 활동을 최적화한다. 또한, 위액의 산성 환경은 위벽을 세균 및 기생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 펩신 (Pepsin): 펩신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펩신은 식품 중의 단백질을 더 작은 폴리펩타이드로 분해하여 다양한 아미노산을 생성한다.
- 젤라틴 (Mucus): 위벽을 보호하기 위해 위액은 미묘한 두께의 층으로 된 물질, 즉 젤라틴을 함유하고 있다. 이 젤라틴은 위벽을 신속하게 이동하는 음식물과 소화 효소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 내분비 세포 분비물: 위벽에는 내분비 세포라는 특별한 종류의 세포가 있어 다양한 화합물을 분비한다. 이 분비물은 소화에 도움이 되는 화합물들을 생성하며, 위액을 통해 음식물을 적절하게 소화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환한다.
이러한 위액의 구성 성분들은 음식물을 적절히 소화하여 영양소로 전환하는 데에 기여하며, 또한 위벽을 보호하여 소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예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위액은 소화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영양소의 흡수 및 에너지 생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위가 쓰린 이유?
그리고 추가로 젤라틴에 대해 덧붙이자면, 위벽을 보호하는 물질인 젤라틴이 위액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는 위가 쓰린 현상을 겪게 되는 걸까? 쓰린 위의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에 기인할 수 있는데, 아래는 쓰린 위가 발생하는 일반적인 이유 중 몇 가지이다.
- 과도한 염화수소 분비: 위벽을 보호하는 젤라틴이 존재하더라도 너무 많은 양의 염화수소가 분비될 경우 쓰린 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도한 염화수소는 위의 산성도를 높이고, 이는 위벽에 자극을 줄 수 있다.
- 위벽의 손상: 만약 위벽이 손상을 입었거나 염화수소에 의해 과도하게 자극을 받았다면 젤라틴이 제공하는 보호 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쓰린 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강력한 산성 음식 또는 음료 섭취: 우리의 식습관으로 인해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강력한 산성의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면 위의 산성 환경이 더욱 강해져 쓰린 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피, 과일주스, 탄산음료 등이 대표적인 산성을 띤 음료이다.
- 위식도 역류병 (GERD): 위식도 역류병은 위산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하여 식도의 점막을 자극하는 상태를 하는데 이로 따라 쓰린 위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위에 존재하는 세균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위벽을 자극하여 쓰린 위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 스트레스와 긴장: 스트레스와 긴장은 위의 산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쓰린 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위가 자주 쓰린 이유로 식습관 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소장에서의 소화
위에서 형성된 유미즙이 천천히 소량씩 십이지장으로 내려오면서 알칼리성의 췌액과 담즙 분비가 촉진되며 산성의 유미즙을 중화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십이지장 벽을 산으로부터 보호하고 췌장 효소들이 일할 수 있는 적정 산도를 갖추는 것이다. 췌장의 아밀레이즈는 최적 산도가 pH 7.1로, 전분을 더욱 잘게 맥아당과 이소맥아당으로 분해한다. 맥아당, 이소맥아당과 함께 다른 이당류(서당, 유당 등)도 이당류 분해효소에 의해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의 단당류로 분해되어 당질의 소화를 드디어 완료하게 된다. (*단당류, 이당류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에서 이미 다룬 바 있으니 참고)
대장에서의 소화
마지막으로 대장이다. 소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젖산, 초산 등의 유기산과 가스를 생성한다. 불용성 식이섬유와 기타 소화/흡수되지 못한 물질들은 직장으로 이동해 대변으로 배설된다.
여기까지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 몸의 각 소화기관을 거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며, 이렇게 소화되어 단당류가 된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가 우리 몸에 어떻게 흡수되고 운반되는 것인지 다음 포스트를 통해 공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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